2009년 11월 21일
패트레이버 잡담.
어쩌다가 패트레이버 일본어 문고판을 구했는데...(그것도 싼 값에...외국에 있다보면, 은근히 외국의 일본 사람이나 외국인은 신경 안쓰지만, 상당한 마스터 피스를 한꺼번에 헐값에 파는 책방 아저씨가...)
일본어로 읽다보니...진짜로 한국어판의 의역 또는 "이해 못할 대사"들이 엄청 많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 그리폰 첫 등장때 우츠미(리챠드 왕)과 쿠마가미가 우연히 만나는 장면, 원어판에선 쿠마가미가 확실히 "리쳐드 왕"이라고 부르고, 부하가 쿠마가미에게 총을 쏜 후에 대사가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고 하고, 우츠미는 "좋은 여자였는데..."라고 말해 확실히 쿠마가미와 우츠미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묘사를 하는데, 한국 번역판에선 위미란(쿠마가미)의 대사가 "으 꼼짝마!"이고(어째서 위미란이 범인은 나민이라고 알고 있는거지?--->이거 10년도 넘은 의문...=>첫번째로 읽을 땐 독자가 이미 나민이 범인이란 것을 알고 있어서, 위미란이 나민이 범인이란 것을 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스토리상 절대로 알리 없잖아!), 부하의 대사가 "과장님 젊었을 때 얘기 다 들었거든요." (보는 여자마다 꼬시려 했다는 투), 그리고 나민(우츠미)는 "예쁜 여자였는데 아깝다."라고 하죠. 위미란과 나민은 처음만났다는 느낌을 준달까...
그 후에 쿠마가미는 "총을 맞았다"에서 "철봉을 맞았다."(얼마나 이상한 대사였으면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라고 하는 장면이 있고...또 오오타의 대사인데, 대장의 대사로 바꾼 부분도 있고, 노아가 시노하라가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달려들며 안겨서, 시노하라가 아파하는 대사를 유리(노아)가 정우(시노하라)의 꼴을 비웃는 대사로 바뀐 부분도 있죠. (뭐..야 이거?)
2호기 박살인 상황에서 싸울수 있는 것은 노아 뿐. 거기서 히로미는 노아가 당번인 잡일들을 자기가 맡아서 이전 노아 이름이 써 있는 잡일 당번에 대한 칠판에 자기 이름으로 고쳐넣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판의 칠판엔 변화가 없죠. ("왜 칠판이 그대로인거지?"의 의문이 풀렸어!!!!)
뭐 나름대로 멋진 의역 해놓은 부분도 있는데, 우츠미는 "당신이 나뻐"라고 말하지만 나민은 "당신이 판 무덤이야."라고 말해서 때때로 은근히 대사가 좀 더 파워풀 해질 때도 있죠. (나민이란 가벼운 캐릭이 하드보일드 계열(?)의 대사를 한다는 미묘한 차이는 둘째치고라도...)
이후에도 끝도 없이 오역이 많더군요. 중반 이후부턴 조금 나아지던 것 같지만...(그런데 식자 하는 사람들, 그림 편집하면서 한번쯤 만화를 정독하지 않나?) 역시 일본어를 알면 그냥 원본을 읽는게 났다는 결론이...(하지만 셰익스피어는 클린온어로 읽어야 제 맛...이라고 클링온들은 주장하죠.)
때때로 외국에선 프레미엄도 뭣도 없어 고전 명작 만화 원판 전권이 싸게 팔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을 운좋게 GET해서 읽어보면 옛날에 한국어판에선 이해가 안되는 대사들이 오역이란 것을 알게 되고, 10년 이상의 의문들이 풀리게 되는군요. 특히 유키 마사미씨는 이런 뭔가 전혀 아닌 일상의 대사 속에 상당히 중요한 복선을 숨겨두는 작가 타입이라 정확한 번역이 더더욱 필요하죠. 의미 심장한 대사가 많으니...
P.S 역시...패트레이버는 좋은 작품이에요. 폐기물 13호는 역시 코믹판이 최고입니다. 그리폰과의 싸움도 코믹판이 최고! (이상하게 그리폰과의 싸움은 TV나 OVA에서도 다루지만, 코믹판의 멋진 장면을 안 쓰고 다른 연출을 내놓다가 매번 결말이 안나는 느낌으로 끝나게 되어...TV판 마지막에서 노아가 그리폰에게 했던 <잉그램의 무릎을 희생해서 내던지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 상대가 코믹판의 경우 첫출동에서 나온 4발달린 녀석이라...OTL...)
# by | 2009/11/21 17:01 | 애니/만화 | 트랙백 | 덧글(1)



